어느덧 개발을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났다.
백엔드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음에도, 지난 8개월을 돌이켜 보면 잘 산 건지 모르겠다. 분명 바쁘게는 산 것 같은데, 기존 학업과 병행하느라 유독 지치고 방황했던 시간들이었다.
공부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었을 때, <점프 투 파이썬>을 1회독하고 참가한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에서는 팀장을 맡아 전체적인 기획과 데이터 전처리, 시각화를 담당했다. 성과는 좋았으나 백엔드 개발자의 방향성과는 전혀 맞지 않는 경험이었다.
그래도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충남연구원에 재직 중인 분께서 다른 팀이었음에도 유독 나에 대한 격려와 칭찬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때 받았던 따스함이 오늘날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술 한 잔 사주시면서 언제든 부르라고 하셨는데 실제로 연락해 보진 못 했다.
그 이후에는 동아리를 찾아 들어갔다. 백엔드 트랙 일원으로 합류하고 싶어서 급하게 자바를 공부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나의 열정을 높게 평가해 주었다. 과분한 동기들 덕에 어느 정도의 방향성은 잡을 수 있었다.
몇 차례의 실습을 이어가다 보니, 누군가 재료를 준비해서 떠먹여 주는 방식이 아닌, 진짜 내가 원해서 하는 개발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때마침 내가 느끼는 일상 속 불편함이 있었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크롬 익스텐션 개발이었다.
확장 프로그램 개발은 JS, HTML, CSS로 진행되었다. 한 번도 공부해 본 적 없던 분야인지라 사실상 처음부터 끝까지 AI 의존적으로 개발하였다. 그래도 이 과정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빌드란 무엇인지, 번들러는 왜 쓰는지, 저장소 분리는 어떤 상황에서 필요하며, 쓰로틀링과 디바운싱의 이점은 무엇인지.. 정도로 정리될 것 같다.
여기까지도 괜찮았다. 어차피 학교를 다니고 있기도 했고, 백엔드 개발자를 지향한다고 해서 평생 JS, HTML, CSS를 모른 체할 순 없었을 테니 말이다. 심지어 실제로 구현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별별 사소한 이슈들부터 시작해, 최적화를 위한 고민까지 다양하게 경험하였으니 후회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짜 문제는 본격적인 웹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시작되었다. v0의 존재를 알게 되며, 너무 신기한 마음에 한 달 내내 웹 사이트 꾸미기에 매진하였다.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는지 동아리 세션 때 배운 JWT를 적용해 간단한 로그인 기능을 구현하였다.
다음으로 하고 싶던 건 배포였다. AWS가 가장 보편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름 고민의 시간들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Vercel과 Azure를 채택했다. Vercel이야 뭐, 너무나 완벽하게 호환되는 최고의 환경이었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었지만, 백엔드 영역을 Azure에 올리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나는 MySQL로 개발하였는데, 지역 설정을 잘못해서인지 PostgreSQL만 가능했고, 덕분에 DB 설정부터 꼬여버렸다. 뿐만인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주입한 녀석들 때문에 SSL 인증서를 찾지 못해 배포에 실패했고, 이후에는 DB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코드에서 특수문자 처리를 잘못한다던가, 환경변수를 잘못 설정해서 이상한 포트로 연결을 시도하는 등 온갖 바보 같은 이슈들에 휘말렸다.
이론 따위 필요 없고 대가리부터 박으면 어떻게든 배울 거란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다. 세상이 너무 발전해서 정답에 가까운 온갖 정보들이 쏟아지다 보니,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이 한 방식을 따라 하기 급급했던 것 같다. 흔히 말하는 허수 개발자는 나를 말하는 걸지도 모른다.
근데, 더 후회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제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백엔드 개발자로서의 역량을 기르려 한다. 배포는 제쳐두고 간단한 CRUD부터 똑바로 해보자. IAMDEFINITELYABACKENDDEVELOPER 프로젝트는 나에게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헬스, 알고리즘, 사이드 프로젝트. 당분간 이 세 가지에 집중하겠다. 까불지 말고 기본이나 똑바로 하는 사람이 되자. 1학기 안에 어학도 해결하고, 정보처리기사 실기도 꼭 합격하겠다. 일단 올해는 이것들만 이루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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